
B2B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사실은 B2B 온라인 시장은 일반 소비자 대상 시장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거래에서 B2B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19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온라인 채널로 빠르게 이동했고, 온라인 수출 거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번 디지털로 전환한 거래 방식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거래 방식을 유지했다.
스스로 검색하는 구매자
B2B 구매자들의 구매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전에는 영업 담당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많은 의존을 했다. 스스로 검색하고, 비교하고, 검토한다. Google의 연구에 따르면 B2B 고객은 영업 담당자와 연락이 되기 전에 이미 구매 과정의 50% 이상을 진행한다.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B2B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자가 개입한다. 실무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팀장에게 보고하고, 구매 담당자가 검토하고, 경영진이 최종 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이제는 의사결정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추가해서 결정하게 된다. 경영기획팀은 유튜브에서 제품 소개 영상을 보고, 마케팅팀장은 블로그에서 활용 사례를 읽고, 구매팀은 타사와의 가격을 비교한다. 이 모든 과정이 영업 담당자와의 첫 만남 이전에 이미 진행된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B2B 웹사이트 트래픽의 97%가 익명이라는 점이다. 누가 방문했는지, 어떤 정보를 봤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히 방문한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에 관심 있는 잠재 고객이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사로 넘어간다. B2B 웹사이트는 단순한 회사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기능 소개 페이지, 가격 안내, 자료 다운로드를 통해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특히 B2B는 구매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의 상품 검토 단계에서는 개요와 주요 특징을, 다음 단계에서는 상세 기능과 사례를, 최종 단계에서는 가격과 도입 절차를 제공하는 식이다.
데이터로 만드는 초개인화
AI는 단순히 검색을 돕는 수준을 넘어섰다. 구매자가 보는 화면, 받는 메시지, 추천받는 제품을 모두 개인화할 수 있다. 초개인화는 이름을 넣는 수준이 아니다. 구매 이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관련 제품을 추천하고 각 고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결정한다. 퍼스트파티 데이터(기업이 서비스·채널을 통해 직접 수집한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클릭률을 최대 10배, 전환율은 3배 이상 높인다. B2C가 즉각적인 구매 전환에 집중한다면, B2B는 장기적인 관계 구축과 반복 구매 패턴 분석에 활용한다. B2B 거래는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다. 초개인화는 이 관계를 강화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면 구매 패턴, 재 주문 시점, 재고 관리 필요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측 분석은 B2B에서 특히 중요하다. 과거 주문 데이터, 시장 추세, 외부 신호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한다. 공급업체는 재고를 최적화하고 주문 이행을 개선하며 비용을 절감한다. 구매자의 재주문 시점을 예측해 적시에 제안할 수 있다. 영업, 서비스, 공급 데이터의 패턴을 보고 가격을 조정하며 고객 요구사항을 실시간으로 예측한다. 이런 데이터 기반 접근은 B2B 장기 거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자동화가 바꾼 업무 방식
AI는 수천 개의 제품 설명, 마케팅 자산, 기술 문서를 몇 분 안에 제작하거나 업데이트한다. 채팅 인터페이스로 일반적인 제품 질문에 즉각 답변하고 추천 제품을 제공하며 고객이 올바른 품목을 찾도록 안내한다. B2B 제품은 복잡한 사양과 기술적 세부 사항이 많은데, AI는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언어로 안내할 수 있다.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재주문을 제안하고 재고 부족 시 대체 제품을 추천한다. 견적 요청부터 주문 처리까지의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B2B 거래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이런 자동화는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인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맞춤형 견적서 작성에 며칠이 걸렸다면, AI가 고객 정보와 과거 거래 이력을 바탕으로 몇 분 내에 초안을 생성할 수 있다. 담당자는 제안 내용의 최종 확인과 조정에 집중하면 된다.
AI로 비교하고 결정하는 구매 담당자
2024년 Opensurvey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응답자의 10% 이상이 자주 사용하는 검색 서비스로 ChatGPT를 선택했다. 2028년까지 AI 검색 이용자 수가 기존 검색엔진 이용자 수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B2B 시장에서 더 유의미한 수치는 2025년 기준 B2B 구매자의 90%가 AI 도구로 경쟁 제품을 비교한다는 것이다. AI가 단순 소비자용을 넘어 B2B 의사결정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 담당자는 여러 공급업체 웹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ChatGPT에 "제조업체를 위한 CRM 솔루션 카테고리별로 비교"라고 입력하면 주요 옵션, 가격대, 장단점을 정리한 답변을 받는다. 제안 요청서를 작성할 때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규모에 맞는 ERP 시스템 요구사항 정리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임직원수, 매출, 사업 구조 등에 대한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B2B 구매 프로세스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영업 담당자가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제안했다면, 이제는 구매자가 AI를 통해 스스로 요구사항을 먼저 명확히 한 후 공급업체를 찾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제로클릭 시대의 도래
제로클릭(Zero-click) 검색이 급증하고 있다. 제로클릭 검색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필요한 답을 얻고 웹사이트를 클릭하지 않고 종료하는 검색을 말한다. 베인앤컴퍼니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검색할 때, 40% 이상을 AI 기반 검색 결과에 의존한다고 한다.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 트래픽은 15~25%가량 감소했다. 회사의 정보는 검색되고 있지만 회사의 웹사이트 방문은 줄어든다.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줄어들어도 AI가 우리 회사의 제품을 충분히 검색하고 추천한다면 시장 지배율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올라갈 수도 있다.

SEO에서 GEO로의 진화
전통적인 SEO가 검색엔진 결과 페이지 상위 노출을 목표로 했다면, GEO는 AI 답변 안에 우리 콘텐츠가 인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GEO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의 약자다. ChatGPT, Perplexity, Gemini가 질문에 답할 때 우리 사이트의 콘텐츠가 근거로 등장하고 출처로 표시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사용자는 'AI가 추천한 출처'라는 이유만으로도 높은 신뢰를 부여하기도 한다. SEO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GEO로 진화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클릭률이 아니라 인용률이 새로운 목표가 된다. B2B 고객이 AI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때 그 답변에 우리 회사가 없다면 영업 기회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검색 최적화에서 이제는 의미 최적화로 확장해야 한다. AI는 문서를 문맥 단위로 읽는다. 제목, 소제목, 표,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키워드 나열이 아니라 맥락 있는 정보 구조가 중요하다. 또한 과도한 사진의 사용은 AI가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인지하게 만들 수 있다. B2B 고객이 필요로 하는 "어떤 기능을", "어떻게", "얼마나" 등에 대한 답을 구조화된 형태로 제공해야 AI가 이를 쉽게 파악하고 인용할 수 있다.
실무에서 적용하는 방법
콘텐츠를 Q&A 형태로 기획한다. AI 검색 엔진 사용자는 키워드가 아닌 직접적인 문장으로 질문을 입력한다. "CRM 가격"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CRM 도구는 얼마인가?"라고 묻는다. 고객이 영업 미팅에서 자주 던지는 질문들을 정리해 각각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든다. 실제 고객의 언어로 작성된 콘텐츠가 AI 검색에서 더 잘 인식된다. "우리 회사 규모에서 이 솔루션 도입에 얼마나 걸릴까?" 같은 구체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콘텐츠로 준비하는 것이다. B2B 구매자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 즉 도입 기간, 교육 과정,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ROI 산출 방법 등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제품 비교 콘텐츠를 직접 제공할 수도 있다. "제품 A vs 제품 B" 형식의 페이지를 제작하고 장단점, 가격, 활용 사례를 포함한다. 활용 사례 콘텐츠도 중요하다. AI 검색은 단순히 기능을 나열하는 콘텐츠보다 실제 비즈니스 문제와 연결된 활용 사례를 더 선호한다. "제조업체가 재고 관리 시스템으로 재고 관리 비용의 30%를 절감한 방법"처럼 구체적인 사례가 포함된 글이 AI 검색에 더 잘 노출된다. 숫자, 기간, 구체적 성과를 포함한 사례는 AI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판단한다.
전문가의 인사이트가 포함된 콘텐츠도 효과적이다. AI는 창업자, 분야 전문가, 업계 리더가 작성한 글을 전략 관련 질문에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성을 가진 저자 소개,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례, 명확한 출처 표기, 투명한 회사 정보는 모두 SEO뿐만 아니라 GEO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AI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인용한다.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ChatGPT, Claude, Perplexity, Gemini 등에서 자사의 브랜드나 제품을 브랜드를 검색해 보고 어떤 답변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AI 인용률을 추적하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매월 정기적으로 "우리 산업 + 주요 키워드"로 AI 검색을 실행해 보고 우리 브랜드가 언급되는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내용이 언급이 되는지 체크확인한다. 경쟁사는 언급되는데 우리는 빠져 있다면 콘텐츠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 AI 도구를 활용해서 자동 추적을 하거나 처음이라면 수동으로라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팅을 통해 유입된 고객이 영업사원의 콜드 콜을 통한 유입보다 구매 전환율이 높다. 이는 니즈가 있는 고객이 접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준비를 해놓아야만 소중한 고객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B2C에서는 1명의 고객은 매출에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B2B 시장에서는 1명의 고객이 회사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잠재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의 콘텐츠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AI 시대 B2B 마케팅의 핵심이다. 푸시 마케팅에서 풀 마케팅으로의 전환이다. AI가 우리 콘텐츠를 찾고, 이해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해야 한다. 검색에서 배제되면 구매 선택지에서도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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