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Marketing

AI가 바꾸는 B2B 1 - 시장 분석 도구의 자동화

SignalCraft 2025. 12. 1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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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석은 B2B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거래 규모가 크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한 B2B 시장에서는 잘못된 시장과 고객 선택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장 분석인데 충분한 분석 없이 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도 부족하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령 분석을 진행하더라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B2B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위해 시장 분석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산업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의 통계 자료와 각종 리서치 보고서를 찾고, 경쟁사를 분석하기 위해 뉴스 기사와 해당 기업의 IR 자료를 모은다. 심층 분석을 위해 정책 변화, 각종 경제 지표, 기술 동향을 일일이 조사한다. 이런 자료들을 취합, 분석, 가공하여 3주 뒤 초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보고서를 완성할 즈음 주요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확인하게 된다. 분석 결과를 업데이트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은 B2B 마케팅 현장에서 볼 수 있다. B2B 마케팅 전략 구축 프로세스를 보면, 내부 분석부터 거시 환경 분석, SWOT 분석, 주 고객사 분석을 거쳐 마케팅 목표 도출과 세부 전략 수립까지 상당히 많은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마다 전문성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B2C 마케팅처럼 대량의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이 아니라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B 시장이라 분석이 더 복잡하게 보이는 이유다.

 

분석 도구는 많은데 실행은 어렵다

B2B 마케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분석 도구들은 이미 잘 정립되어 있다. PEST 분석은 정치(Political), 경제(Economic), 사회(Social), 기술(Technology)의 네 가지 거시 환경 요인을 파악하는 프레임워크다. 여기에 환경(Environmental)과 법률(Legal) 요소를 추가한 PESTEL 분석도 있다. 이 도구들은 산업 내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시적 환경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 규모를 분석할 때는

TAM-SAM-SOM 프레임워크가 활용된다.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을 100% 점유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론적 최대 시장 규모다. SAM(Serviceable Available Market)은 현실적 제약을 반영한 실제 서비스 가능한 시장이며,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은 초기 단계에서 실제로 확보 가능한 시장 규모를 의미한다. 이 방법론은 투자사들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분석 틀이며, B2B 기업의 신규 시장 진출 시에도 사용된다.

STP 분석은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 시장 선정(Targeting), 위상 정립(Positioning)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시장을 공통적인 수요와 구매 행동을 가진 그룹으로 나누고, 그중 가장 자신 있는 시장을 선정한 뒤, 해당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런 완성도 높은 분석 도구들이 있더라도 실제로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든다는 점이다. PEST 분석을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정부 정책 변화, 산업 규제, 환율과 금리 같은 경제 지표, 인구 구조 변화, 최신 기술 동향까지 추적해야 한다. TAM-SAM-SOM을 활용하려면 통계청 자료, 리서치 보고서, 경쟁사 분석을 포함한 대량의 자료를 종합해야 한다. STP 분석도 마찬가지다. 시장을 세분화하려면 고객의 특성과 니즈를 파악해야 하고, 각 세그먼트의 규모와 매력도를 평가해야 한다.

 

 

AI가 바꾸는 분석의 속도

AI는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수집과 정리 단계의 자동화다. 기존의 방식에서는 담당자가 직접 뉴스 기사를 검색하고, 정부 통계 사이트를 뒤지고, 리서치 보고서를 구해서 확인해야 했다. AI를 활용하면 해외 각국의 뉴스, 특정 웹사이트, 브랜드, 경쟁사 현황과 분야별 시장 동향을 자동으로 수집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한다.

PEST 분석은 훨씬 빠르고 정교 해진다. AI는 정책 문서, 뉴스, 경제 지표를 필요할 때마다 모니터링을 자동으로 할 수 있고 동시에 확인된 각 요소가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환경 규제가 발표되면 관련 내용을 모으고, 연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보고서 초안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담당자는 AI가 제시한 분석을 검토하고 전략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시장 규모 분석에서도 AI의 역할이 크다.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서 TAM-SAM-SOM을 계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AI는 공개된 통계 자료, 산업 리포트, 경쟁사 재무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 규모를 산정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CAGR(연평균 성장률)을 계산해 시장의 성장 전망까지 바로 제시할 수 있다.

STP 분석에서는 기업 규모, 산업 분류, 지역, 기술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 최적의 세그먼트를 제안한다. 과거의 데이터와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각 세그먼트의 성장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경쟁사 포지셔닝 맵도 자동으로 생성되어, 어느 영역에 기회가 있는지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분석 시간의 극적인 단축

실무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명확하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B2B 기업들은 응답 시간을 90% 단축하고 전환율을 최대 67%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AI가 포착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술에 대한 언급이 최근 급증했다면, AI는 이를 시장 트렌드 변화의 신호로 인식하고 분석 보고서에 반영한다. 경쟁사의 IR 자료, 채용 공고, SNS 활동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쟁사의 전략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시장 분석 담당자의 역할 변화

AI가 시장 분석을 자동화한다고 해서 분석 담당자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찾고 정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제는 AI가 진행할 분석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렇게 분석한 결과를 해석하고 전략적 의미를 도출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AI는 패턴을 찾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PEST 분석에서 정부 정책 변화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산업 특성과 고객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STP 분석에서 어느 세그먼트를 공략할지 결정할 때도 회사의 역량, 경쟁 상황, 장기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분석 담당자는 실행자에서 전략가로 진화해야 한다. AI가 제시한 여러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할지, 분석 결과를 어떻게 실행 전략으로 연결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 된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적이 능력보다는 사업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한 역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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